성경을 통틀어 예수님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뭘까요?라고 묻는다면
"사랑하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 자신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라는 것이지요.
성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김학철 연세대 교수의 설명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당시 사회, 문화, 법률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예수 활동 당시 사회는 신분제 사회였다. 노예가 있고, 통치자가 있고, 관리와 농부가 있었다.
각 신분별 계층에 따라 덕목이 달랐다.
노예의 덕목은 주인의 말을 잘 듣고 순종하는 것이었다. 쓸모 있는 종인 것이다.
군인은 용기가 있어야 했다.
통치자(왕)의 덕목은 지혜, 용기, 자비심, 경건함이었다.
그리고 가난한 당시 하층면들은 매 끼니를 때우는 것이 급선무였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덕목은 통치자들에게 해당되는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랫사람들이 반항한다고 해서 강압적으로 때리지 말고 용서해야 한다."
예수가 핍박받는 사람들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한 것은
통치자처럼, 철학자처럼 살아라고 말한 것이다.
노예는 누구를 용서하거나 누구에게 자비를 베풀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오직, 가진자, 권력자가 용서할 수 있고 자비를 베풀 수 있는 것이다.
예수는 하층민들에게 왕처럼, 통치자처럼 자비를 베풀고 용서하라고 말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인 것이다.
황당한 요구이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었을 것이다.
예수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을
하층민 청중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3가지 예를 들어 보충설명했다.
당시 율법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들었을 것이다. 동해보복법이 당시 법으로 정한 정의였다.
그럼에도 예수는 보복하지 말고, 사랑하라고 말한 것이다.
1. 누가 그대의 오른쪽뺨을 치거든 왼쪽 뺨을 내어주어라.
당시 왼손을 사용하는 것은 부정한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었다.
오른손으로 상대의 왼 뺨을 치는 것은 오른손 손등으로 치는 것일 것이다.
윗사람이 아랫사람들을 지적할 때 때리는 동작이다.
그런데 왼쪽뺨을 치게 되면 서로 등등한 관계의 행동이 된다.
그러므로, 뺨을 때리는 상대의 아랫사람이 왼뺨을 내어 줌으로써 동등한 관계가 되는 것이다.
2. 속옷을 가지려하거든 겉옷까지 내어주어라.
굳이 속옷을 가질 필요가 있나?
당시 겉옷은 외투이면서 이불이었다. 외투를 전당포에 맡기고 돈을 빌릴 수도 있었다.
상대방이 속옷과 겉옷까지 빼앗아가는 사람이라고 알려진다면, 그 사람은 좋지 않은 사람으로 매장당할 것이다.
3. 5리를 동행하자고 하면 10리를 같이 가 주어라.
로마법에서는 군대에서 짐을 5리 이상을 옮기도록 징발하면 처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5리를 갔는데, 10리를 더 가게 된다면,
징발권을 행사한 그 군인은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위 3가지 비유는 일종의 조롱이자 풍자/해학이라고 볼 수 있다.
악이 악순환되는 그 고리를 끊고
폭력을 넘어서는 지혜를 설파한 것이라고 본다.
촌철살인의 유머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해자가 자신의 잘못을 돌이킬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원수관계로 보복을 하는 대신
가해자가 자신의 행동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