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김용택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하는데,
나는 너 앞에서 어린아이처럼 살고 싶었다.
약자거나 강자 거나 손해 보거나 하는 계산 없이
보이는 대로 살고 싶었다.
더 사랑하면 더 기뻤다.
늘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적다 해도 주는 것으로 좋았다.
계산하거나 비교하는 생각이 들면 불을 끄는 소방관처럼 그런 생각을 꺼버린다.
똑똑한 듯이 보이는 그것이 바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김용택이라는 시인은?
김용택 (金龍澤, 1948년 ~ )
🌿 시적 세계관
김용택은 "자연의 순수성"과 "인간의 소박한 감정"을 담백한 언어로 풀어내는 한국 대표 자연주의 시인입니다. 그의 시는 산과 들꽃, 아이들의 눈빛처럼 투명한 이미지를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며, 특히 사랑, 상실, 일상의 소중함을 따뜻하게 노래합니다.
📚 주요 작품
- 시집 《잔소리》(1993) - 제5회 소월시문학상 수상
-《그래도 당신》(2001)
-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2008)
- 산문집 《시인은 왜 시를 쓰는가》(2015)
🌟 인간 김용택
- 전라북도 임실에서 태어나 한국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 시보다 늦게(39세) 등단했지만, "늦은 시작이 더 깊은 뿌리를 내리게 했다"라고 말합니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고 하는 말은 프랑수아즈 사강(프랑스 시인)이 '브람스는 당신을 좋아합니다'라는 시에서 처음 말했다고 한다. (사랑에서 더 사랑하는 쪽이 항상 약자다)
사랑과 섹스는 스스로 바보가 되어 구걸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 앞에서 섹스행위는 바보같은 짓처럼 보인다. 오로지 상대로부터 선처를 바랄 뿐이다. 더 좋아하지 않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더 사랑한다. 그래서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도 있는가 보다.
그런데 정말 못된 것은 더 사랑하는 사람을 이용해 약탈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내 사랑을 이용해 경제적 심리적으로 나를 약탈하는 것을 알지만 더 사랑하기 때문에 견디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랑을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슬퍼진다.
싸구려 술집에서 취한 남자가 마누라를 늘씬 패주고 나서 술한병 더 외상으로 가져와라고 소리치는데 그 아내는 부어오른 눈가를 애써 가리면서 술집 남자에게 술 한 병만 더 외상으로 달라고 사정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너 앞에서 어린아이 처럼 살고 싶었다.
사랑 앞에서는 강자도 약자도 이익도 손해도 없다.
가끔, 사랑이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이럴 때를 대비해 이 시구를 남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너 앞에서 어린아이다. 나는 네가 돌봐주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고, 너 앞에서는 옷가지 하나 걸치지 않더라도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네가 날 먹여 살리고 돌봐주고 해라는 것인데 그걸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상대방도 사랑하지 않으면(바보가 되거나 어린아이가 되거나) 슬픈 코미디가 된다.
계산하거나 비교하는 생각이 들면 소방관처럼 꺼버린다는 얘기를 듣고 부처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처님 말씀 중에 못된 생각(어리석은 생각)이 들면 지푸라기 더미에 불이 붙은 것처럼 재빨리 꺼라는 말이 있다.
특히 나 자신이 초라해지거나 못났다는 생각이 들면 재빨리 그 생각을 꺼버려라고 말한다.
참으로 일리있는 말이다.
우리가 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듯이
늘 계산하고 비교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꺼버려라는 말이다. 생각의 스위치를 OFF 하라는 거다.
그렇게 알아차리는 것이 깨닫는 것이다. 매일 매시 (우리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 깨닫고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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