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교제관계 및 가정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이 결국 피해자 사망, 살인으로 종결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강남역 교제살인, 거제 동갑내기 전 연인 폭행 살인, 결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그 모친까지 중상을 입힌 사건, 가정폭력으로 분리조치된 남편이 아내를 찾아가 살해한 사건 등이 그 예이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으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주로 다음과 같은 유형이 있습니다
가. 정서적 폭력: 말과 행동을 통해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감정적으로 상처를 주는 폭력입니다.
나. 신체적 폭력: 폭행, 구타, 무력화 등으로 상대방의 신체에 피해를 입히는 폭력입니다.
다. 성적 폭력: 성적인 접근, 성폭행, 성적 강요 등으로 상대방을 괴롭히는 폭력입니다.
라. 경제적 폭력: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거나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만드는 폭력입니다.
마. 통제: 상대방의 행동, 인터넷 사용, 사회활동 등을 통제하려는 폭력입니다.
바. 데이트 폭력: 연인이나 데이트 상대에게서 발생하는 폭력입니다.
사. 스토킹: 상대방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거나 괴롭히는 행위입니다.
피해자는 종종 가해자와의 관계로 인해 신고를 주저하거나 두려워합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익명 신고 체계를 강화하고, 피해자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합니다. 또한 법적 대응을 강화하여 피해자를 보호해야 합니다.
2. 교제폭력 및 가정폭력으로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희생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자료가 부재한 가운데, 한국여성의 전화는 매해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폭력 피해 현황을 집계하여 발표하고 있다. 한국여성의 전화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피해자는 최소 138명, 살인미수 피해자는 311명으로 총 449명이 ‘친밀한 관계’ 배우자 및 파트너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 돌아왔다. 더 안타까운 것은 살해당한 이가 138명에 그친 것이 아니라, 가족, 자녀, 친구 등 그 주변인의 피해도 54명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단체의 언론보도 집계이기 때문에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 2023년에 449명이 살해당하거나 겨우 벗어났다.
3. 현재 교제폭력 등을 규율할 수 있는 법률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형법」 상 규정되어 있는 통상적인 폭행 및 협박죄로 가해자를 신고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가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경미한 사안임을 고려하여 개인 간 해결하도록 하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교제폭력 등에도 적용되는 문제가 있다.
반의사불벌 적용은 피해자를 취약하게 할 소지가 적지 않다. 사건의 접수 및 수사, 가해자 처벌이 피해자 의사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가해자는 피해자를 회유·협박하여 범죄 행위를 무마시키려하거나, 고소를 철회하게 할 수 있다.
서로 교제하는 사이거나 가족과 같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에 대해서도 가해자 처벌 여부를 피해자에게 결정짓도록 하는 처벌불원 허용은 사건 접수에서부터 걸림돌로 작용한다. 보복폭행의 두려움으로 피해자가 진정한 의사를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거제살인 사건은 그간 경찰신고가 11회에 이르렀는데, 모두 처벌불원으로 사건이 종결되었다.
교제폭력 가해자 처분 현황을 보면 형사입건된 가해자 중 구속수사를 받는 비율은 매우 낮다. 2017년 3.5%에 이르던 구속율은 2023년 2.2%로 감소하였다. 근거 법률 미흡으로 임시조치 등 접근금지 조치를 받을 수 없는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접근을 막지 못하거나 신고에 대한 보복폭행 등 재피해를 입을 우려가 엿보인다.
가정폭력 피해로 인해 경찰신고 경험이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여성가족부의 면담조사에서 피해자들은 출동한 경찰이 신고 당일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를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오늘 사건은 되게 경미하다라고 얘기하고’, ‘신체적인 폭행 없이 사물에 대한 폭행만 있는 것은 가정폭력으로 치지 않는다’는 경험을 진술하였다. 이는 ‘폭력’에 대한 협소한 인식하에 사실상 ‘가정폭력 긴급임시조치 판단조사표’에 명시된 협박, 손괴 등에 대한 범죄사실 조차 실무에 제대로 적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4.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교제관계 처벌법’을 새롭게 만드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친밀성’이 동반된 범죄의 특성을 반영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항상 직접적인 신체적 구타나 물리적 학대의 유형만으로 구성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 연구들은 그보다 더 위험한 학대를 일명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라 명명하였는데, 상대방의 일상에 대한 간섭과 규제, 모욕주고 비난하기, 행동의 자유를 빼앗고, 가족 및 지인 등으로부터 고립시키는 등의 가해 행위를 일컫는다.
해외에서는 이미 신체적 폭력이 없는 통제 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있거나, 법률의 시행을 앞두고 있다. ‘통제 범죄’가 인정되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는 5년, 호주에서는 7년~14년, 스코틀랜드에서는 최장 14년 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입법 절차가 진행 중에 있다.
상대를 동등한 주체로 인식하기보다는 소유물, 통제와 조종의 대상으로 여기는 가해자의 특성은 그와 같은 통제를 ‘거절’하는 시도인 ‘결별’ 과정에서 피해자가 살해 당할 수 있음을 예견할 수 있는 매우 뚜렷한 위험요인이라는 것이다. 통제 피해자는 일반 여성에 비해 자살 시도율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도 조사되었다.
통제피해는 신체적 부상의 정도를 통해 피해 결과를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조사 결과는 피해자들이 상당한 수준의 공포와 두려움에 떨고 있음을 보여준다.
5. 문제 개선을 위한 법률적 노력
첫째, 친밀한 관계에서의 ‘통제 행위’를 범죄화하는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배우자/파트너 폭력 피해자 중 상당수가 통제피해를 경험하고 있고, 통제피해의 부정적 효과가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통제와 강압 행위를 범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교제폭력 사망 사건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극심한 통제 행위에 시달렸고 이를 수사기관에 신고하였음에도 적시에 도움받지 못하고 사망한 이후에야 가해자가 스토킹 혐의로 입건되는 등 피해자 보호에 큰 공백이 있다는 점, 통제 행위가 피해자 살해의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이나 이에 대한 수사기관의 인지가 상당히 부족하다는 점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가해자의 통제 행위를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고, 적절한 공권력 개입이 이루어져야 피해자 사망이라는 참극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친밀한 관계에서의 ‘통제 행위’를 불법화하기 위해서는 ‘친밀한 관계’에 대한 법적 정의가 필요하다. 친밀성을 어떻게 증명하는가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미국 연방법(18 USC § 921(a)(32))에서는 ‘친밀한 관계’를 배우자, 전(前) 배우자, 자녀를 둔 관계, 동거관계, 동거하였던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교제관계’는 로맨틱 또는 친밀한 본성을 지닌 관계였거나, 친밀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관계로, 교제 기간 및 본성, 상호 작용의 빈도와 유형에 의해 판단될 수 있다고 규정한다(18 USC § 921(a)(37)). 업무 상 또는 사회교류 맥락에서의 일상적인 친분 관계는 해당되지 않는다. 유타주 등에서는 ‘교제관계’가 교제 기간, 상호소통의 빈도와 본질, 다른 사람들에게 커플로 인식되었는지의 여부에 의해 파악될 수 있음을 법률에 규정하고 있다.
셋째, ‘친밀성’이라는 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가해자 처벌을 규율하기 위해서는 ‘반의사 불벌죄’ 배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교제관계가 법률의 적용 대상으로 포괄될지라도 범죄 신고 시 피해자에게 가해자 처벌을 결정하게 하면 두려움에 떨고 있는 피해자가 처벌불원을 할 우려가 높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교제폭력 및 가정폭력 범죄에 있어 신고건수 대비 사건처리되는 비율이 낮은 것은 가해자 처벌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처벌불원이 원인이다. 피해자를 협박 또는 회유함으로써 손쉽게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면 피해자는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고, 가해자는 수사기관의 개입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제21대 국회는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고자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반의사불벌 조항을 전격 폐지하였다는 점을 참조할 수 있다.
‘강압적 통제’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을 두고, 혹자는 「형법」에서 규율하는 ‘협박죄’로 상대를 위협하고 두려움에 떨게 한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질문할 수 있다. 판례는 “객관적으로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의사실행의 자유를 방해할 정도로 겁을 먹게 할만한 해악의 고지”를 협박죄 성립 요건으로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일견 이 글에서 다룬 통제 피해 사실과 일치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실제 판례에서 인정받은 해악의 고지의 공통점은 예컨대 ‘불을 지르겠다’, ‘죽여 버리겠다’, ‘신체나 사회적 지위에 위해를 가하겠다’, ‘인사상 불이익이 가해지게 하겠다’, ‘부실공사를 제보하겠다’ 등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킬만한 명확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그런 식으로 옷 입지 마라’,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는지 사진 찍어 보내라’, ‘영상 통화로 어디에 있는지 확인해 달라’, ‘그 모임에 나가지 마라’, ‘누구와 카톡을 주고받았는지 확인해야겠다’, ‘다른 사람과 만나지도 말고 대화도 말라’가 해악의 고지인 협박죄로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https://botteul.tistory.com/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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