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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과 종교

차례와 제사는 무엇이고 왜 지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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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선시대 이후 한반도에서는 부모에 대한 공경과 효가 중요한 가치 덕목이었다.
생활 속의 의식으로 상장례가 있었다. 상례는 돌아가신 망자와 살아있는 유족 사이에서 죽음을 확인하는 과정이고, 장례는 시신을 관리하는 과정이며, 제례는 망자를 추모하는 의식절차이다. 
 
 

 

2. 모든 종교의 뿌리는 조상에 대한 제사라는 말이 있다. 효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성품과 사회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정신덕목이었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제사가 허례허식에서 오는 낭비,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남녀 불평등과 불합리한 관행으로 비판을 받는다. 

설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인 가족 기준 전통시장에선 30만 원, 대형마트에선 40만 원이 넘는다. 누적된 고물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상 등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물가정보는 2025년 1월 12일 설 차례상 비용으로 전통시장에선 30만2,500원, 대형마트에선 40만 9,510원이 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에 비해 각각 6.7%, 7.2% 상승한 가격이다. (출처 한국일보 2025년 허리휘는 설 차례상 물가)

 
3. 제사는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영혼이 만나는 장이라고 여긴다. 한국인 대부분은 제사를 통해 조상의 존재감과 유대감을 느끼게 된다. 제삿날 조상신이 찾아온다고 믿는 사실이 제사를 지내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이다. 
 
한국사회는 조선후기 서구문물의 도입으로 시작된 근대화와 일제강점기라는 변화를 겪으면서 전통문화에 대한 부정적 경향이 생겼다. 제사를 미신으로 배척하거나 양반계층의 몰락과 신분제도의 철폐로 양반 중심의 예법은 급속히 붕괴했다. 
당시 양반은 벼슬에 따라 봉사대수를 모셨고 일반 서민들은 부모 제사만 모시다가 4대 봉사를 모시게 되었다. 

4. 제3공화국 시대를 맞아 조국 근대화 깃발아래 허례허식으로 인한 불필요한 낭비를 없앤다는 방침에 따라 관혼상제의 표준을 정해놓은 '가정의례준칙'을 1969년 제정했다. 1999년에는 가정의례준칙이 폐지되고 건전가정의례준칙을 새로 제정해 더욱 간소화하는 듯했으나 이를 지키는 가정은 거의 없다. 
 
이외에도 제사와 가계를 적장자가 계승하는 것도 2005년 호주제도 폐지와 상속법에서도 장남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없어지면서 제사에 대한 장남의 의무는 무너졌다. 과거에는 제사가 장남을 중심으로 가족을 결속시키는 역할을 했으나 현재는 오히려 친족과 가족을 해체시키는 문제도 발생했다. 여기에 까다로운 제사의 형식과 한문으로 이루어진 축문과 지방 등 제사를 어렵게 만들었다. 
 
5. 과거에 제사는 왕실과 양반계급이 주도했는데 신분에 따라 봉사의 대상도 달리했다. 이는 조상에 대한 진실한 공경심보다는 가문의 권위와 세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복잡한 절차와 잦은 제사는 허례허식이라는 오명이 붙었고 과다한 제수로 인한 가족 간의 분란, 고부간의 갈등, 그리고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6. 2019년 9월 한국노총이 조사한 제사에 대한 사회 인식의 결과는 그 이전과는 많이 달랐다.
결과에 따르면 본인 사후에 남은 가족이 제사를 지내기 바라느냐는 질문과 관련해 11.3%만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53.5%는 “기억만 해주면 좋겠다”라고 했으며, 29.1%는 “지낼 필요가 없다”라고 답했다.
남녀 간의 인식차도 상당했다. 남성 16.7%는 자신의 제사를 지냈으면 좋겠다고 답했지만, 여성은 2.4%만이 동조했다. 사후에 자신의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남성 26.2%, 여성 33.9% 로 여성이 더 높았다. 제사상을 차리는 수고 탓인지 남성보다는 여성이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러한 현상은 소위 여성을 중심으로 한 ‘명절증후군’, ‘가정불화’라는 사회적 현상에 관한 것이었다.
 
여성들은 "가사를 똑같이 분담하는 문제가 아니라, 보통 배우자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것에 서운함을 느낀다”라든가 “여자에게는 시댁과 남편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데,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또 "본인은 노력했는데 '대우받지 못하는 건가’” 라는 답변을 했다. 전문가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갈등을 예방하는 데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7. 유교의 제사는 한자사용의 보수적 성향으로 제사의 의미를 전달해 주지 못한다. 유교는 제사준비의 여성 부담감으로 부부간의 갈등과 이혼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획기적인 변화가 어렵다면 여성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거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제사의 비용도 그 정성과 무관하지 않아서 제사의 합리적 절차나 간소화 방안은 선뜻 제안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사는 본래 정성스러운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인식의 개선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남의 이목이나 체면치레로 많은 제수를 놓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의 중요성에 있으니, 형편에 따라 정성을 다해 지내면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의례절차에 담긴 뜻에 관한 옛 성인들의 말씀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예의 근본에 대해
공자는 “호화로움 보다는 차라리 검소함이 낮다.”,
주자는 “검소함과 슬픔과 공경하는 마음에 바탕을 두어 예를 표해야 된다.”,
율곡 이이도 “제사를 지내는 것은 주로 사랑하고 공경하면 그뿐인 것이다.
가난하면 집안 형편에 어울리게 하면 되고, 병이 났다면 몸의 형편을 헤아려 제사를 지내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주요 자료 출처 :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명계환(근현대 유불효의례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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